100Tong 2013 가을호, pp.4-7

by Gyool posted Oct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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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안부를 권합니다.>
백주년기념교회 청년부 계간지 백통(100Tong) 2013 가을호

  TV를 볼 때, 컴퓨터를 할 때, 길을 걸을 때, 지하철을 탈 때… 언제부터였는지 우리 손엔 항상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는 대화를 나눌 때, 책을 읽을 때, 수업을 들을 때, 일을 할 때는 물론, 잠이 들었을 때조차 손이 닿는 거리에 스마트폰을 놓아두게 되었다. 가족들이 모처럼 둘러앉은 주말의 저녁밥상 위에서도 주고받는 대화 없이 모두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의 요즘, 바야흐로 ‘개인주의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놀랍게도(혹은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것은 대부분 ‘세상으로의 접속’, 커뮤니케이션이다. 식을 줄 모르는 스마트폰에 대한 우리의 애착은 카톡·페북·트위터 따위의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쉴새없이 인터넷 뉴스 기사를 읽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카페 글과 뉴스 기사에 댓글을 달며 어느 누군가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라 부르는 여론에 참여한다. 심지어 요즘엔 심심풀이 게임조차 소셜 기능이 빠진 것은 순위권에도 들기 힘든 지경이다.
  이처럼 ‘인터넷=소셜=커뮤니케이션’의 등식이 자연스러워진 오늘날, ‘소통’은 명실상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모두 괜찮은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외로운 시대’라는 자조적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우리들은 지인과 소소한 소식을 주고받기 위해 그 사람이 집에 있을만한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었고, 그나마도 시간이 엇갈리면 메모를 남기는 수고를 몇 번이나 감수해야 했다. 삐삐라 불렸던 개인 호출기(Pager)가 보급된 이후에는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여전히 집중과 관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지금의 커뮤니케이션은 너무나도 편리해져서, 많은 사람들과 쉽고 빠르게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원하면 언제든지 ‘밀어서 잠금해제’를 하고 손가락 몇 번 까딱이면 그만일 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모를 제외하면 추가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 수준이 된 것이다.
  하지만 너무 빠르고 편리해진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새로운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쏟아놓는 SNS는 우리가 한 가지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 없게 만들었다. ‘좋아요’와 ‘댓글’이 많이 달린 몇 개의 글과 사진만이 ‘살아남아’ 우리 시야에 포착되는 사이,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삶이 담긴 셀 수 없는 글들이 ‘스크롤 압박’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또한 스스로의 이야기를 내놓을 때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직감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고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온라인과 실존의 간극은 점점 넓어져갔고, 소름끼칠 만큼 아주 익숙해졌다. 좋은 일과 기쁜 일을 알리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깊은 이해와 위로가 필요한 소통은 갈수록 묘연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반쪽짜리 ‘소통의 홍수’ 속에서 견디기 힘든 빈곤(외로움)을 감당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비단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깊은 생각과 반복된 고민의 결과로 표현을 하기보다 짧고 직감적인 인스턴트 메시지(Instant Message)를 생산하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는, 자기 내면과 비전을 고민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청년들이 스스로를 평생 달리게 할 수 있는 원동력(가치관)과 그 근간이 될 ‘진리’에 대해 고민하기에 앞서, 남들 앞에 내어놓기 좋은 단기적 성취를 달성하는 것에 급급한 삶을 살게 되었다.
  자기 내면의 소통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깊이 있는 소통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인과(因果)이다. 그렇다보니 이와 같은 자기소통의 결핍은 영양가 없는 소통의 홍수와 맞물려, 결국 모순적인 외로움의 악순환을 반복되게 한다.

  이제, 어깨가 넓어 한없이 온유할 것만 같은 파란 하늘이 저마다에게 ‘또 다른 시작’을 요청하는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오래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방학과 휴가는 눈 깜빡하는 사이 지나가 버렸고, 끝날 것 같지 않던 이번 여름도 시나브로 밀려온 하늬바람에 자취를 감추었다. 가을이 분주해 보이면서도 한결 여유로운 것은 더위와 추위에 맞설 에너지를 아껴둘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이 여유를 쫓아 졸업 준비생들은 이런저런 취업설명회를 찾아다니고, 직장인들은 연간 목표와 성과를 비교하며 전략을 재점검하는 이때에― 나는 나의 내면에 놓인, 그리고 한동안 소원했던 당신과의 관계 위에 놓인 두터운 벽을 두드리며 한 마디 ‘안부’를 전하고자 한다.

  “잘 지내고 있어요? 지난번 고민하던 것과 준비하던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리고 나는, 새삼스럽지만 이 ‘안부를 전하는 일’을 당신에게도 권(勸)하려 한다. 만약 타인에게 안부를 전하기 전에 스스로와의 대화에서부터 어려움이 느껴진다면,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아시는 주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지름길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하여 이 ‘안부’가 자기 치부를 먼저 내어놓으며 서로를 알아가고자 하는 ‘진짜 소통’의 마중물이 되기를, 그리고 그 결실로 겨울이 오기 전에 든든한 중보의 허들링(Huddling)을 꾸리는 기회가 되기를. 나를 위해, 당신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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